철학의 기본은 질문이다. 철학자들의 질문은 지혜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철학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질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철학이라는 학문은 우리 사회와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일반 철학 입문서와는 달리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 쉬울뿐더러 이해하기도 쉽다.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질문을 파악해보고 우리 현실과 대입해볼 수 있다. 에릭 와이너가 기차 안에서 그 속도로 다가오는 철학의 순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많다고 여겼는데 저자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겨워했다. 마르쿠스는 스스로에게 생각을 그만두고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를테면 좋은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라고 했다. ‘5분만 더’라고 외치다가는 중요한 것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철학의 수호성인, 질문의 왕, 질문하는 방식을 바꾸어 질문이 끌어내는 대답을 바꾼 사람이라 일컬었다. ‘이제 철학은 우주에 대해 불확실한 추측을 하는 학문이 아니다. 철학은 삶,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에 관한 것이다. 철학은 실용적이다. 필수적이다.’ (50페이지) 좋은 질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침묵하는 이유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에게 침잠하여 깊이 침묵하는 것. 통찰의 순간이다.
세 번째 철학자는 장 자크 루소다. 소설가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산책자였다. 걷기는 자연으로 회귀를 주창한 루소의 철학에 딱 맞았다. 더불어 저자는 캠핑도 글램핑도 가지 않으며 대자연은 성가시다고 말한다. 산책을 해본 사람은 안다. 마음의 상처, 고통 등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고통이 사라진다. 매 걸음마다 부담이 덜어지고, 누가 내 신발에 공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가벼워진다. 대지의 진지함, 또한 가벼움을 느낀다. 타박. 타박. (106페이지 )
자연주의 철학자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빼놓을 수 없다. 소로는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을 때, 자신과 빛 사이에 아무것도 없을 때 가장 잘 볼 수 있음을 알았다.(137페이지 )라고 했다. 자신만의 월든을 찾으라는 소로의 충고에 저자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모기도 많을뿐더러 에어컨도 커피도 없다고 말이다. 철학자처럼 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에피쿠로스와 그의 정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아테네에 있는 저자는 에피쿠로스에게 더욱 깊이 다가가게 된다. 충분히 가졌으나 행복하지 않은 아테네인을 관찰하며 자신의 감각을 갈고 닦았다. 에피쿠로스는 우정을 인생의 커다란 쾌락 중 하나라고 보았다. 고통을 완화하고 쾌락을 증진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외에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도 살펴 볼 수 있다. 니체의 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었다. 저자는 니체는 읽기 즐거우면서 동시에 읽기 버겁다고 했다. 읽기 즐거운 것은 문장의 명료함과 상쾌한 단순함이며, 읽기 버거운 것은 소크라테스처럼 확고한 신념에 의문을 품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철학이 재미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에릭 와이너처럼 철학을 말한다면 재미있고도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
저자의 딸은 그에게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누구나 잘 늙어가고 싶다. 보부아르에게 늙어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그 열 가지 방법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를 받아들일 것
친구를 사귈 것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호기심을 잃지 말 것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습관의 시인이 될 것
아무것도 하지 말 것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길게 말할 필요 없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없앨 수는 없다. 삶을 함께 이어갈 좋은 친구가 필요하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하며, 자리를 넘겨줄 줄 알아야 한다.
잘 늙는 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죽는 법이 아닐까. 주변에서 죽음 소식을 간혹 듣는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잘 죽고 싶다는 거다. 죽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몽테뉴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믿을 것. 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 자신의 의심도 믿을 것. 경험과 의심의 도움을 받아 인생을 헤쳐 나가고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다가갈 것. 타인과 스스로에게 놀라워하는 능력을 기를 것. 스스로를 간질일 것. 가능성의 가능성에 마음을 활짝 열 것. (501페이지)
죽음의 존재를 인정하면 삶이 훨씬 풍성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함께 있는 사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살아있기에 느끼는 감정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삶에 깊은 의미를 갖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의 가치를 말하는 책이었다. 철학 입문서라고 해도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철학자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현재의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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