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예/책 리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책 리뷰(스웨덴 승려가 말하는 삶과 죽음에 관하여)

이태원프리덤@ 2022. 5. 19. 15:01


 

 

 

01

푸른 눈을 한 승려

 

 

서양인들이 출가를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한국에도 현각 스님이 있고,

프랑스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티유 리콰르라는 스님도 있다.

왜 서양인들은 동양의 종교인

불교에 관심이 많은 것인가?

관심을 넘어서서 출가를 시도하는

푸른 눈을 가진 승려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는 스웨덴에서 태어나 17년간 수행하고

그런 뒤 마흔 여섯 나이에 승복을 벗은

스님,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에세이이다.

이 책은 2020년 스웨덴에서 출간되었고

그해 베스트셀러가 되어 스웨덴에서만

30만 부가 팔린 책이라고 한다.

(스웨덴 인구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하네요^^)

 

 


 

 

02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책

 

 

책 디자인 이야기는 잘 안하는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는 책 구성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너무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색감, 글씨체, 그리고 수록된

그림까지 완벽했던 것...!!

 

 

이 책은 그림은 오직 한 명의 화가,

토마스 산체스의 그림을 담고 있다.

현재 남아메리카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의 그림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와

너무 잘 어울렸던 것.

 

 

자연, 동양 철학, 구도하는 자세

등을 담은 그의 그림은

역시나 화가 본인 역시 명상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만 알게 되도

이 책은 건질 것이 많다 할 수 있겠다.

(책도 좋았지만.. 화가의 그림에 무척 빠져들었습니다^^)

 

 


 

 

 

03

알아차림과 마음챙김

 

 

저자는 작가로 유명하기보다는

티비에 출현하면서 더 유명해진

스님이었던 명상 지도자이다.

특히 자신이 승려로 수련했던 경험과

그 이후의 삶 속에서 꺠달았던 것들을

편안한 글로 전하는 에세이인데,

처음부터 인상 깊은 이야기들이

솔솔 흘러나와 좋았다.

 

 

일단 저자는 요즘 유행하는

마음챙김이라는 단어에 반기를 든다.

 

 

저는 마음챙김이라는 용어가

편치 않습니다.

한순간도 마음이 진정으로 충만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늘 허전해서 누군가로 또는 뭔가로

채워졌으면 하는 공간이 남아돌고 있지요.

 

제가 추구하는 건 의식적 현존 상태,

즉 지금을 온전히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15p-

 

 

개인적으로 마음챙김을 참 좋아한다.

마음챙김에 관한 책들도 수집하고

가끔 실천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하지만 늘 마음챙김은 나와는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였다.

저자의 말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충만해지지 않았던 것.

마음은 언제나 공허하다. 부족하다 느낀다.

욕망으로 가득차있고 어지럽다.

이런 우리에게 저자는 마음챙김보다는

알아차림을 권유한다.

 

 

우리는 점차 알아차리며,

그리고 알아차린 채로 머무르며,

알아차림과 하나가 됩니다.

..그 느낌을 표현하자면 뭔가

부드러운 것에 포근하게 기대는 듯한

기분입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16p-

 

 

이 알아차림에 관한 글들을 읽으며

아.. 그래..!! 이거야..!!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마음챙김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

순간순간을 현재로 채우려 노력하는 게 아닌

은은하게 주변을 알아차리는 것.

주변을 알아차리고 현재를 알아차리는 것은

우리의 주의를 이곳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그 주의집중은 나를 세상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 준다.

 

 

그런 깨달음을 담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에세이형 명상책이라 그런지

명상과 불교를 잘 모르거나 거부감 있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다.

 

 


 

 

 

04

두 가지 죽음

 

 

이 책은 이렇게 명상 수행과

깨달음에 관한 내용이 전반부에 나오고,

뒷부분은 좀 다른 이야기,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죽음은 두 가지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먼저 찾아온 것은 저자의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내게 시간이 많지 않아.

난 얼마 못 살 거란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병원에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단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281p-

 

 

 

 

아버지는 불치병인 만성폐색성폐질환을

앓게 되었다.

아버지는 저자에게 말한다.

자신은 이 질병이 자기를 죽이기 전에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고.

그래서 아버지는 안락사를 계획한다.

스웨덴은 안락사가 불법이므로

스위스의 어느 기관을 찾아

아버지의 소망을 이뤄드린다.

 

 

죽음을 준비한 아버지와의 이별모습.

그 마지막 장면이 책 속에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떠나는 순간에 들을 음악을

세심하게 고르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노란 장미꽃다발을 선물한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하며 이별을 말한다.

 

 

이 모든 장면이 영화처럼 느껴지고

내가 생각하던 죽음과 닮아있어

따뜻하고 참 좋았다.

 

 

한편 책 속에는 두 번째 죽음 역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저자 자신의 죽음이었다.

그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에 걸린 것.

이 병은 악마의 질병이라고 불린다.

서서히 몸의 모든 기능을 상실해가는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저자가 병을 앓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해나간 부분 또한

굉장히 인상깊은 구절들이 많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05

틀릴 수도 있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 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130p-

 

 

이 책의 제목인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는 저자의 말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스승에게

이 값진 말을 전해 듣는다.

 

 

내가 틀릴 수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일에서도,

삶에서도 내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니 옳다고 틀리다고 판단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삶을 위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흘러가기를 바라기 보다는,

우리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아 보자.

 

 

삶이 한결

행복해질 것이다.

 

*이 리뷰는 책을 증정받고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