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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당신의 이야기]<비와 당신의 이야기> '기다림'이 아닌 '설레임'의 영화, 반전의 결말

이태원프리덤@ 2021. 5. 11. 17:02

1. 줄거리


2003년 봄대학에 번번히 실패한 삼수생 영호는 인생의 목표와 희망도 잃은채 서울에서 학원도 다니는둥 마는둥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초등학교 운동회를 회상한다.

달리기중에 넘어져서 수돗가에서 상처를 씻고 있는데 천사같은 소녀가 나타나 손수건을 건넨다

흰색 체육복에 적혀있는 이름은 <공소연>


 

영호의 무료한 생활에 짝사랑 그녀는 기억속에서 희망처럼 살아온다.

영호는 그녀의 부산 주소를 알아내어 첫 편지를 보낸다.

소연에게! 갑작스러운 편지에 당황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우리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아마 기억하지 못할거야

 

 

소연은 물론 영호를 사귄적도 없고 같은 반도 아니었기에 알리가 없다.

소연은 영호에게 답한다미안하지만 기억이 안납니다.



 

그리고 소연은 시한부 인생이었고 말을 할수도 글을 쓸수도 없었다,

 동생 소희가 소연의 답장을 대신 적어 우체통까지 갔으나 부치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소연으로 행세하면서 답장을 쓴다.

그것이 언니 소연의 건강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료한 생활의 자신으로부터도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날것 같기도 해, 몇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지 않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그날 이후로 소희는 소연으로 행동하며 영호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소희가 소연을 대신해서 보내는 편지는 RLO (RIGHT-TO-LEFT OVERRIDE) 방식의 육필편지였다.

하루하루는 <설레임>의 연속으로 지나간다.  



영호에게 소연의 답장은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들 셋(?)은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 속에서 웃음도 찾아간다

영호에게 소연은 희망이었고 소희에게 영호는 생활의 새로움이었다.

 


그러면서 만나지는 않더라도 서로를 보고 싶은 마음은 숨길수가 없었던 듯

영호는 부산주소로 소희는 서울주소로 향한다

물론 같은날 이동한 듯 어긋남으로 서로가 서로를 볼수 없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쌓이던중 영호는 20031231일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소희는 소연으로 행동하는 것을 들킬까봐 그날 비가 내리면 만나자는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연이 죽는다

더 이상 소연의 행세를 하기가 미안했던 소희는 영호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호는 매년 12월 마지막날 만나기로 한 공원에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20대를 모두 바쳐서 8년동안.

 


그러다 지친 영호는 소연이 졸업한 부산대학교를 찾아가서 소연의 행방을 묻는데

학교 조교가 말하기를 소연이는 2003년에 죽었어요

그리고 20111231일 마지막으로 자기가 만든 우산을 가지고 공원에 가서 비를 기다리며

소연이 남긴 손수건을 두고 돌아서며 그녀와 이별 한다.


 

그리고 하염없이 길을 헤매는데, 비가 내린다

영호는 뒤돌아서 공원으로 달려가서는 하늘에서 소낙비가 되어 나타난 소연을 만난다.

 그리고 그시간 소연으로 행세했던 소희도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THE END

 그리고 다시 과거 씬, 초등학교 운동회날 아침 소연의 집.

운동회에 가는 소희가 언니 소연에게 말한다. 언니! 나 언니 체육복 입고 갈게

 


2. 간단 리뷰


예술 영화가 아닌 이상, 각본, 연출, 촬영 등의 분석 필요성은 없다 하겠다. 단지 감독이 말하는 <기다림><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느낌만 이야기 하고자 한다.

 

<기다림의 영화> ?

영화 서두에서는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제목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고 한 것처럼 이 영화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이건 기다림이고 너의 이야기야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는 무엇인가? 영호는 수진과의 대화에서 수진을 <별>이라 말하고 소연을 <비>라고 말한다. 비는 단순하게 기다림의 대상으로 설정되었고 결국 영화 전체를 통해서 기다림끝에 마지막에 한번 내리며 소연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남녀간의 '기다림'의 영화라면 <Atonement><Before Sunset>를 쉽게 떠올린다. 이 두 영화와 비교해서 본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는 8년간 기다림의 과정이 전혀 보여지지 않고 기다림의 이유인 1년만이 보여지고 있다


기다림의 영화라는 정의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다. 오히려 막연함, 신비로움, 미지의 사람에 대한 20대의 질풍노도와 같은 기대로 읽혀지는 <기다림의 이유>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기다림의 영화>가 아닌 <설레임의 영화>이다.  그렇게 해석해야만이 8년간 다른 사랑을 간구하지 않은 영호의 행동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수 있고 감독이 밝히고 있는 <공감>에 다가설수 있다,

 

이 영화의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홍보방법으로서 이 영화의 정의에 다소 오류를 범함으로써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볼수 있는 방법을 놓쳐버린게 아닌가 싶다, 즉 관객들에게 <기다림>을 너무 강요함으로써 그보다 더 절실한 <살레임>을 느낄수 있는 생각의 공간을 방해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아날로그 감성>?

이 영화는 2003년의 이야기 이다, 근대사 물건들도 수집하는 입장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몇몇장면에서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1) 먼저 색감이야 당연히 그 당시를 연상할수 있는 색이 많이 사용되었고,

(2) 청자켓과 티셔츠등 의상도 분명 그 당시 유행에 상당부분 근접했다. 여기까지야 누구나 할수 있는 부분이고,  

(3) 서점의 책중 두드러진 <자기앞의 생>이야 번역본이 80년대부터 2003년까지 3번에 걸쳐서 간행 되었기에 어느 간행본을 쓰더라도 문제가 없겠지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2008년 출간된 흰색 개정판이 아닌 2000년 출간된 노란색 구판을 사용한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든다. 

(4) 우체통 우정로고를 보면 어디서 구했는지 2010년까지 사용하던 우체통이었다 (제비 밑에 바람 가르는 평행선 사용). 



(5) 게다가 소연이 처음 받은 편지 봉투의 우표를 보면 190원짜리 보라색 바탕의 무궁화 우표였다. 사실 우편요금 190원 하던 시기는 2002116일부터 20041031일까지 2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여기서 나는 2003년이라는 감성에 정말 정성을 들였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굳이 쥐어짜기는 했지만 편지라는 순수 아날로그를 매개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갔고 이러한 소품 하나하나들은 2003년을 회상하기에 적당했고 반가왔다.

 

다만 2003년 것이 아닌 아쉬운 소품 몇가지는

(1) 영호 집의 우편함에 있는 우정로고는 20107월부터 사용된 로고였다.



(2) 우체통이 동일지역우편과 타지역우편으로 구분하여 수거한 것은 2006년 이후이다.



(3) 삼성애니콜 가로본능 (SCH-V500)20048월 출시 되었다.


 

(4) 광고 영상에는 770번 버스로 나오는데 영화초반에서 142번 버스도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형태도, 번호도 노선도 다르다.

영화속 버스는 2002년 8월부터 출시되어 운행한 <현대글로벌 900>모델인데일단 2004년 7월 서울버스체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기 이전인 2003년에는 770번이란 노선은 없었다. 700번대는 시내버스인 710번과 좌석버스인 700, 725, 753, 765번이 있었고 더욱이 2003년에는 신월동에서 강남역을 운행하는 버스노선도 없었다.

그리고 142번 버스는 수색에서 서울역까지 운행하는 신촌교통으로서 버스 모델은 영화와는 전혀다른 <대우 BS090 로얄미디>로서 청색 도장이었다서울대까지 운행한 것은 142-1번이었는데 그것도 노량진을 거치지 않고 상도터널로 해서 신림동으로 갔다.

 


(5) 서점의 책중 내가 창간호부터 즐겨 읽었던 Travie20055월에 창간되었고 영화속 잡지는 노란색 영문 v자와 왼쪽 노란색을 감안할때 고성 초도항을 표지로한 200614일자 31호로 추정된다,


 

사실 이와 같은 소품 오류들은 충분히 있을수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날로그 감성이 2003년에만 한정될 필요는 없기에 관객들이 눈치 못채는 선에서 2000년대 초반을 전부 아울러서 훨씬 좋은 <설레임>을 표현할수 있었기에 이 부분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인정한다,

 

 3. 볼만한 영화인가?


사실 나는 영화 관전내내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영화초반 영호의 사랑에 대한 간구는 <외로움> 에서 시작된것이라 생각하고 외로움의 본질에 집착하는 관전 오류를 범했다. 그래서 영호를 사르트르의 <구토>에서의 로깡텡으로, 소연을 안나로 소희의 남친을 독서광으로 연관지었다그리고 영호가 수진과 도서관에서 '별'과 '비','대지'를 이야기 할 때 .. 이건 우주와 사물과 인간의 존재, 결국 실존주의 로맨스구나 라고 판단해버렸다


그러나 그 생각은 대지에 비가 내리면 흙탕물이잖아 라는 수진의 한마디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영화의 이야기는 인간은 결국 고독한 존재라는 측면보다는 고독속에서 몸부림치는 <설레임>이 의도였다는 것을 영화 후반부에서야 느끼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감성의 로맨스라면 나는 <봄날은 간다>와 <접속>에 대한 기억이 너무 깊다. 이 영화는 그렇게 까지 오랫동안 기억될수 있는 영화도 아니고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감성팔이 저질 영화는 더욱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특히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난 후에는 썩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이내 잠을 자버렸다


그러나 새벽에 깨서 지난 밤의 영화를 생각해보면 자그마한 나의 추억들도 떠오르기 시작하여 이 영화평을 쓰게 되었다. 그 기억이 한달 정도는 갈것 같다. 돈 만원으로 그런 감성을 한달  정도 누릴수 있다면 손해는 아닐것 이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기 바란다. 다만 가볍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해보고자 하면 연인이랑 한번은 가봐도 괜잖을 영화이다. 특30대에서 40대라면 느끼는 감성이 있을것이다


특별출연한 강소라의 수진은 스토리에 녹아드는 설정은 아니었지만 수업빼먹고 영호를 바다로 이끄는 내용이나, 만우절에 자살한 장국영 회상, 그날의 하룻밤 등 내 감성에는 더욱 많은 기억들을 자극한 것을 보면 특별출연은 잘한 듯 싶다.



그리고 요즘 같은 상황에서 영화관 자주 찾아주어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영화를 만든 분들은 작품성을 떠나 영화에 대한 애정과 그 용기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한줄평) 기다림이 아닌 설레임의 영화, 반전의 썩소 결말 그러나 하루지나서 피어나는 감성.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연인이랑 같이 가서 영화를 보면서 각자 자신의 첫사랑을 회상하기 바람. 그리고 영화관을 나와서는 같이 술 한잔 하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