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관객들은 혹시 극장 사운드 시스템이 고장난 것이 아닐까 갸우뚱하면서 영화가 반절이 지나도록 그런 상태가 유지되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조용하고 막막한 전개에 당황했을것 입니다.
이번에는 전편의 그런 유니크함을 또 울궈먹을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그것을 가지고 능수능란하게 요리해내기 시작합니다.
많은 미스터리물 ('큐브'시리즈'와 유사한 구조를 지님) 처럼 '콰플'은 주인공들이 놓인 상황의 전후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원인과 사후 예측은 관객 각자의 몫이었습니다.
감독이자 1편의 주연배우인 존 크레신스키의 말대로 '콰플'은 속편 제작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비의 수백배를 벌어들인 이 영화를 단편으로 끝낼 수 없었던 제작사의 끈질긴 요청 덕분에) 있지도 않았던 퍼즐을 하나씩 새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하죠. (덕분에 편집권까지 감독에게 넘기는 파격 조건으로 계약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와이 휴가중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콰플2'는 관객으로 하여금 상대의 패를 알고 있지만 이길 수 없는 갬블링을 하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익숙해져버린 낯설음'이라는 불리한 조건하에서도 관객의 심리적 박자를 - 노련한 가수의 레이백 처럼 밀당하면서 - 힘있게 끌고 나아갑니다.
아주 잘 알려진 멜로디의 노래일수록 가수에 따라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 처럼 말이죠.
전작과 같이 러닝타임이 짧은편(95분)이다 보니 전편에서 남겨진 여백의 미를 군더더기 없이 명료한 스토리와 강렬한 이미지들로 쭉쭉 채워나갑니다. 그리고 외계인 침공의 순간과 아비규환, 그리고 가족의 죽음을 딛고 이어지는 적극적인 태세전환 과정은 여전히 Be quiet! 해야하는 침묵속에서도 뜨겁게 타오릅니다.
극영화의 최대 요소중 하나인 대사가 극도로 결여되어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시선은 극중 인물의 눈빛과 표정변화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데요, 전편에 이어 어른세대를 대표하는 선 굵은 연기자 에이미 블런트와 킬리언 머피의 표정연기도 훌륭하지만 속편의 영웅은 단연코 자녀인 남매역 (밀리센트 시몬스와 노아 주프) 의 두 배우 몫입니다.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완벽하게 매료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흥분이 가슴보다는 머리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참 오래간만에 느낀 생소한 감동과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 이유는 전편과 속편에서 각각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의 세대가 교체되고, 새로운 세대의 성장 과정이 매우 영리하고 빠르게 전개된다는 것이죠. '콰플2'는 이런 호러스릴러 류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 방향으로 한껏 내달리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알게 모르게 차곡차곡 쌓아온 두 남매의 성장 드라마를 팍! 하고 터뜨립니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던 남매가 공간의 제약을 넘나들며 협공을 펼치는 모습을 교묘한 편집기술을 통해 점점 더 보는이를 달아오르게 하고 숨을 조여옵니다.
그러한 손에 땀을 쥐는 과정을 거쳐 남매가 우뚝서는 모습은 모든 어른들을 숨어들게 만든 초강력 외계인 조차 무참하게 무너뜨리는, 만만치 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콰플2'은 호러물과 스릴러와 SF 영화의 분위기를 교묘하게 수혈하면서 시대적 모호함과 사건 발생 장소의 의외성 위에 구축되다 보니 환타지 같은 기묘함도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침공하는 SF 영화들은 대부분 도심을 초토화시키고 그에 대응하는 지구인들은 각종 통신장비나 현대화된 장비들을 대거 투입시키는데 반해 '콰플' 시리즈는 지극히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추구하는 클래식한 멋이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작은 감동과 더불어 철저하게 계산되고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의 영리함과 디렉팅에 탄복하게 되는 바람직한 속편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3편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Filmania cropper 원성백
http://blog.naver.com/cropper_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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