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난 2장의 시사회 티켓을 받았다. 나 역시 장국영의 팬이었기에 밤 늦은 9시라는 시간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시사회장을 찾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난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라는 문구 역시 왠지 날 그 곳으로 초대하는 것 같았다.
시사회장을 찾는 순간 난 그의 팬이 아직도 얼마나 그를 기리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스크린 앞에 바쳐진 꽃다발들은 팬들의 그에 대한 애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환자인 얀이 의사인 짐에게 치료를 받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짐이 얀의 도움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전반부의 내용만 보면 마치 "The 6th Sens"를 연상케 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혼자서만 귀신이 보인다는 얀의 고백은 여덟 살짜리 콜의 고백과 똑같다. 의사가 사랑과 정성으로 환자를 끈기 있게 치료해 나간다는 내용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묘미는 후반부에 있다. 동양 호러물이 서양 호러물과 어떻게 다른지 후반부에서 보여 주고 있다. 전신의 영혼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릴 것 같은 긴장감이 영화 내내 지속된다.
짐은 전반부에서 귀신이란 사람의 두뇌에서 창조된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한다. 귀신이란 형이상학적 존재를 만들어 놓고서 거기에 이미지를 부여한 다음 자신을 최면에 걸리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인간은 평생을 귀신이라는 존재를 믿는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귀신이라는 단어가 맨 처음 귀 속으로 두뇌에 들어가 후 이 단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미지화되어 평생 동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알고 있으면서도 짐은 어이없게도 자신을 이도공간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도공간은 단지 자신의 잠재 의식에서 창조된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꼼짝없이 당한다. 결국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들을 천천히 모두 기억해 내고 그 사실들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결국 원혼은 그의 이러한 태도에 위로가 되고 이도공간은 사라지게 된다.
난 장국영의 눈빛이 마음에 든다. 그의 눈빛 속에는 아노미가 담겨 있다. 아노미를 혼자서만 해결하려는 눈빛이다. 커트 코베인도 리버 피닉스도 그의 눈빛과 닮았다. 나의 젊은 시절을 장국영이라는 대배우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커다란 행운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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