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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6411]노회찬 의원 3주기, 첫 번째 다큐멘터리!

이태원프리덤@ 2021. 10. 20. 17:03

[영화 노회찬 6411] 죄송합니다. 개, 돼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영화 노회찬 6411의 상영 시점이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다.

조금 더 일찍 영화관에 올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사업 실패로 신촌에서 기계식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2004년 12월 24일 금요일 부산한 년말 밤 10시 경 내가 일하는 주차장에서 대리운전을 호출했다.

실물을 보면서 [아~]-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에게 비치는 아우라는 상대를 압도하는 위압감이 아니라 친근한 부처님의 미소와 같이 따듯함을 간직했다.

방송에서 보는 투박한 모습이 아니라 자그마한 체격에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고 베이지색 점퍼 차림으로 대리기사를 기다렸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쏟아져 나오는 인파에 한참을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민주노동당 직원들의 망년회는 신촌의 평범한 호프집에서 검소하게 마치고 일행 10여 명과 나왔다.

(다음 날 호프집 직원에게 물어 보니 15명이 계산한 회식비는 23만원이란다.) 

당시 130그램 9만원 하는 아주 값비싼 갈비집에서는 삼성 사장단 회식이 있었다.

주차장에는 사장들이 타고 온 에쿠우스와 사모님들이 타고온 벤츠로 뒤엉켜 있었다.

(사업 한답시고 퇴사한 회사가 삼성이라서 내가 모시던 사장님이 두 분이나 주차장에 들어와서 인사를 했기에 정확하게 기억한다.) 

노회찬 의원은 직원들을 하나 하나 돌려 보내고 마지막으로 대리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고객은 게산을 마치고 대리기사를 부르기 때문에 자칫 주차비도 손해 보고, 복잡한 주차장의 동선이 엉켜 난감 할 때도 많다.

노회찬 의원은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당신의 차량을 출차 하기 전이라 주차비를 계산 않고 기다려 주셨다.

30분 후 쯤 대리기사가 도착해 나는 노회찬 의원의 차량을 기계식 주차장에서 빼왔는데 LPG 수동식 흰색 레조였다.

대리기사는 매뉴얼 수동은 운전 못한다면서 노회찬 의원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면서 다른 호출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그날 따라 주차장에는 삼성 사장단과 사모님 고급 차량으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차량마다 삼성 사장단 기사들이 대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주차장에 서성거려 좁디 좁은 주차장 회차 공간이 더욱 복잡했다.

한참 바쁜 시간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떠날 수 없어 레조를 내가 운전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은 온화하고 여유롭게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밤 12시가 넘어도 대리기사가 오지 않아 나는 조금 일찍 퇴근한다면서 레조를 몰고 노회찬 의원 성북구 자택으로 대리를 자청했다.

보통 대리비가 2만 5천원이 적정가, 나는 받지 않으려 했지만 받아야 한다기에 2만 원을 받았다.

내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 타고 택시비 2만 3천원을 내면서 2004년 그해 가장 기분 좋은 감정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영화 노회찬 6411은 노회찬이라는 부산 초량 국민학교 마마보이(?)가 경기고에 입학 후 노동운동가로 뛰어들게 된 암울한 사회 배경부터 어둡게 시작되었다.  



현장 위장 취업 노동운동가 노회찬이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이 되고, 의원직을 박탈 당하고, 당이 분열 하고, 새정당을 힘들게 이끌고, 현장의 의견을 듣는데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정치가의 모습을 시간 순서대로 담았다.

마지막의 모습은 범죄 소굴 여의도 정치인과 재벌가가 아닌 그를 떠나 보낸 국민들의 무지와 욕심이 그를 버린 셈이다.


삼성의 떡값 검서 리스트를 밝힌 것이 국회의원 면책을 벗어난 범죄라면서 국회에서 쫒겨난다.


부정선거를 줄기차게 외친 황교안의 작품이다.

정말 삼성을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 절실하게 공감하게 되지만 언론은 삼성을 옹호하고 노회찬을 국가 발전을 해치는 인물로 만들어 버렸다.


영화는 영화적 기법을 따르지 않는다. 


노회찬의 아내, 친구, 지인, 동료 수십 명의 인터뷰는 결코 노회찬을 미화하지 않는다.

인간 노회찬, 정치인 노회찬을 적절하게 균형을 두어 한계에 부딪힌 지성인이 쓰러지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 험난한 길을 떠나는 여정을 관객은 뒤따라 가본다. 


호빵맨으로 불리는 후덕한 아저씨 노회찬은 새벽부터 노동 현장을 찾아 함께 한다.

술에 찌들어 야밤에 집으로 돌아오면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술을 마신다.

그리고 여지없이 새벽에 집을 나서서 노동자와 함께 한다.



페미니스트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개의치 않는다.

노동자의 고충을 듣고 '잘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라는 형식적인 정치인의 행동거지와 다르게 실천하는 정치가로서 국회법을 바꾸고자 불살랐다.

그가 큰 표 차이로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졌을때 나는 너무 부끄러워 노원구 사람을 한심스럽게 쳐다 본 적이 있었다.

노회찬은 국민 탓으로 국민을 외국인으로 바꿀 수 없기에 자신이 바뀌고자 앞으로 나아갔다.


진보정당이란 허울은 한국인의 한심한 작태가 그대로 드러남을 재확인 시켜 주었다.

독립운동 기구가 수백개에 달하면서 분열하는 독립운동사를 보면 우리 민족의 분열된 근성에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듯 하나로 합쳐도 불가능한 열악한 환경에서 기득권으로 분열된다.

노회찬은 그저 허허 웃고 새로 시작한다.

그를 원하는 국민이 없어도 묵묵하게.

대법관 청문회에서 노회찬은 차분하면서 강고하게 질문한다.

죄를 짓고 판사 앞에 선 선고문에 

'귀하는 기업가로 오랜동안 활동 했기에~ 귀하는 정치인으로서 사회에 공헌 했기에~ 감형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귀하는 밤낮없이 노동 현장에서 일하셨기에~ 열악한 환경에서 농사를 지어 주셨기에~ 감형의 이유를 준 적은 없습니까?'



노회찬 6411은 결코 어둡고 참담하지 않다.

박장대소 할 장면도 상당히 많아 낄낄 대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으면서 눈물이 난다.

그가 보여준 촌철살인의 유머는 비참한 서민의 해학을 담은 슬픈 이야기다.

박근혜 공약집을 애독하는 자신이 진정한 '진박'이라면서 박근혜에게 박근혜 공약집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 제목 노회찬 6411의 6411은 잘 알다시피 새벽녘 구로를 출발해 강남으로 가는 새벽 첫 차 승객에 대한 전설적인 연설에서 따왔다.

우리 정치인 가운데 이렇게 진솔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전달한 정치인이 있었던가.


한 살 연상의 부인에 대한 사랑을 지켜주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이 저주스럽다.

그리고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퇴직금 50억, 음주검사 거부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래퍼, 아파트 개발에 너도 나도 참여해 수천 억원 꿀꺽하는 정관예우 판검사, 뒷돈을 헌금이랍시고 죄의식 없이 받는 정치인과 관료, 노동자의 피땀을 노예만도 못한 개돼지로 취급하는 기업가, 기관총으로 국민을 난사하고 손자까지 떵떵 거리는 골프 치는 치매 할아범에게는 겨우 4천만 원 먹고 생을 마감하느냐면서 혀를 쯧쯧 찰테지만.

노회찬은 불일치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위해 우리 곁을 떠났다.

친구가 노회찬 서거 소식에 '숨겨 놓은 다른 것도 있어 죽었겠지.'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해 친구가 아닌 아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관객 한 명이 동료에게 말한다.

'4천만 원 먹고 죽은 것은 아깝다 그치?'

'그러게! 더 먹었겠지.'

두 사람의 대화가 우리 대중들의 현실이다. 


러닝타임은 두 시간을 훌쩍 넘지만 엔딩 크래딧에서 벌서 끝인가 의아할 정도로 그의 생은 활력있고 의미있는 삶을 사셨다.

영화 기법으로 평점을 매긴다면 솔직히 별 두개지만 많은 사람이 노회찬 6411을 보고 정치인 노회찬이 아닌 운동가 노회찬에 대해 고개를 숙이기를 바라면서 별 세개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