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이나 독신자에게
자기 성격과 취향에 딱 맞으면서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당연히 호감을 가지고 반기게 될 텐데 문제는 그 완벽한 파트너가 사람이 아니라 AI 로봇이라면...?
독일 영화 <아임 유어 맨(Ich bin dein Mensch, I'm Your Man, 2021)>은
그런 상황 속 이야기를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인간과 사랑, 관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코믹 로맨스물이다.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페르시아 설형문자를 연구 중인 고고학자 '알마'(마렌 에거트)는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 완벽한 삶의 동반자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적합한지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만난 AI 로봇 '톰'(댄 스티븐스)과 3주간의 동거가 시작되고
그녀 만을 위한 맞춤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그와의 일상은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잘생기고 매너 좋고 모든 면에서 만능인 '톰'은
자신이 오로지 '알마'의 행복을 위해 설계되었다면서
시시각각 업그레이드를 통해 그녀의 완벽한 로맨스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는 단지 기계일 뿐인 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인간과 달리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맞춰 행동하고 해결하며
관계나 일에서 받는 상처까지 치유해주는 휴머노이드에게 서서히 연애 감정이 생기자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흥미로운 이야기 속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단연 배우들의 힘이 크다.
개인적으로 특히 댄 스티븐스의 AI 맞춤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말끔한 외모에 순수하면서도 천진난만한 표정과
한편으론 섬뜩함마저 느껴지는 눈빛 연기까지 캐릭터를 살리는 명연기가 눈길을 끌고
영국 배우임에도 원래 독일인인가 착각할 만큼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무척 감탄스럽다.
살짝 스포일러를 쓰자면,
극중 외국어에 능통한 AI 특성상 한국어도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발음이 어색하지 않고 괜찮다.^^
이 영화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마렌 에거트도
완벽한 반려자로서의 휴머노이드에 대해 갖는 '알마'의 혼란스럽고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연을 보인다.
삶의 동반자로서
성격이나 취향 차이로 크고 작은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되고 불완전한 인간과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행복하게 해주려 노력하는 휴머노이드가 있다면
어떤 선택이 우세할까...?
이런저런 이유로 배우자를 찾지 못한 사람과 독신자들에게
삶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반려자로서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게 갈등 없는 편안함과 행복을 위해 AI 로봇에 의지한다면
실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질될 것인지....
영화는 인간과 관계, 우리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묵직한 질문들을 던지며 사유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영화를 보면서
분명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자의 만족이나 행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로봇인데도 자꾸 감정이 개입되면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페르가몬 박물관과 깔끔한 도시 풍경, 녹색 자연의 모습 등 아름다운 미장센과
장면마다 조화롭게 흐르는 OST도 장점으로 언급하고 싶은 영화
<아임 유어 맨(Ich bin dein Mensch, I'm Your Man, 2021)>은
코믹한 분위기 속에 묵직한 주제의식을 가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
영화 도입부에 나와서 반가웠던 독일 가수 'TACO'의 노래 'Puttin' on the Ritz'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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