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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얼굴 앞에서]당신얼굴 앞에서 ( 어떤 순간들의 비 )-평점 7점

이태원프리덤@ 2021. 11. 12. 17:01


끊임없이 영화를 찍는 홍상수 감독이 또 변했다. 전작만 해도 정말 뼈대만 남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미니멀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과거 자신의 방법을 또 가지고 와 조금 다른 방향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것은 감성이다. 최대한 멀어지거나 깊이 발화가 되기전에 끊어내던 것이 근작들의 흐름이었다면 이번에는 난데없이 감성적인 면을 끌고 들어왔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가고 있는 꿈, 환상, 죽음, 허세와 거짓말, 위선 같은 부분들은 놓치지 않았다. 다만 과거와 달리 전반적으로 깔려있거나 예측되는 부위보다는 조금 다른 부위로 옮겨다 놓은 편이었다. 의외로 이전보다 줄어든 부분들도 많았다. 술자리의 모습이나 다른 시점과 사람의 이야기들도 줄어들었다. 직접적인 언급도 줄었다.


이 과정에서 더해진 것이 감성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다는 배우의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타자화하려는 큰 그림 때문이기도 했다. 더 미니멀해고 나서의 다음단계는 타자화의 강화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말이다. 그래선지 이전과는 다르게 오래 공들여 찍은 한 컷이 아파트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모습이자 한국의 모습의 요약처럼 말이다.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은유까지 하면서.


하지만 감성적인 것의 가장 큰 영향은 역시나 삶에서 발화됐다. 현실에 맞닿은 배우의 인생과 삶이 극의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어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뒷이야기를 안다면 영화사까지 아우를정도로. 여기에 직접 언급된 모습처럼 단편 소설적인 측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연적일지 계산적일지 모르는 날씨와 함께. 그래서 조금 다른 카메라 각도와 시선이 사용되기도 했다.


고로 '당신얼굴 앞에서'는 더이상 미니멀 해질 수 있을까 싶은 부분에서 단편 소설적인 전략을 채택한 홍상수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소나기 시절의 오마주마냥 다시 색이 조금 더해진 것이다. 부정적이고 신랄한 분위기가 가끔 쓰였던 것도 조금 더 따뜻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래선지 술도 담배도 더 아끼는 듯 하다. 아끼면서도 더 맛이 살아있게 순간을 담았다.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잊혀진, 삶이 곧 영화라는 측면을 단편 소설적으로 다시 집중해 본 것이 아닐까 싶다. 갇혀진 채 모든 것을 다시 새롭게 보고 면밀하게 느끼게 되는 코로나 시대에 말이다. 매 순간이 소중해졌다. 



**아파트의 선을 왜곡없이 담으려는 카메라의 세심한 컨트롤을 보니 굉장히 힘준 것이 느껴졌다. 이전과 확 다른 집중이다.

***이것은 고소공포증 언급과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현기증'도 생각나게 하지만 다른 함의가 느껴진다.

****'강변 호텔'의 맞은편 같은 이야기였다.

*****아파트가 꽤 여러 번 나온다. 별로없는 컷 안에서도.

******그렇게라도 피고 싶은 담배와 입을 하나 줄여서라도 제대로 마시는 술.

*******아이와 마주하는 타임머신 같은 순간의 장면.

********다른때보다 세로나 겹치는 장면들도 좀 쓴 것 같다. 주로 가로로 늘려 두지 않았나.

*********인물들도 사실 야외를 잠시 다녀왔을뿐 집에 갇혀있다. 혹은 집으로 표상되는 것들에 갇혀 있다.

**********이제는 뒷모습마저 감상적이다.

***********죽음이 점점 가까워져 오는 것을 얼굴 앞까지로 표현했다.

************그만큼 홍상수 감독도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역시 뜻대로 정직하게 다 되는게 인생은 아니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덜 취한 모습들이다. 

***************언제나 그렇듯 영화와 환타지, 죽음이라는 영원한 모티브를 또 활용한다.

****************반복되는 어떤 단어들.

*****************다른때보다 더 좁은 공간들이 많다.

******************넓은 공간도 어딘가 막힌 듯처럼 잡는다.

*******************종소리조차도 의도한 것일까.

********************찍는 줄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은 사람들.

*********************선글라스의 아슬아슬함.

**********************'만추'의 오마주 같은 느낌도 살짝 든다.

***********************카페 장면에서 동선과 장면을 고심한 티가 역력하다. 그래서 꽤 효율적인 동선으로 쓰였다.

************************그 부분이 가장 화사했어야 했다.

*************************떡볶이 국물은 역시 묻혀야 제 맛.

**************************그래도 하나라도 더 먹는다.

***************************한시적이라도 선물이 주어진다면.

****************************빨갛게 시작해서 옅어졌다가 다시 빨갛게 그리고 조금 어둡게.

*****************************그래봤자 삶의 주인은 계속 바뀐다. 또 누군가가 삶을 이어가듯이.

******************************희노애락에서 희만 빠졌다가 가장 나중에 나오는 듯한.

*******************************어쩌면 혼자서 잠시 돌아다니다가 아직도 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