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예/책 리뷰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책 리뷰(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이태원프리덤@ 2022. 1. 20. 15:01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앵거스 플래처/박미경

로크미디어/2021.12.22.

sanbaram

 

독서 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출판사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인류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는 배울 것들이 너무 많다. 그동안 주로 자국이나 지역의 문학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세계 문학의 흐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 생각 된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특정 지역이나 시간에 국한되지 않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중국의 문학부터 요즘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설이나 영화까지 25개의 주제를 가지고 광범위한 문학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이들 작품 속에 숨어 있는 그들 작품의 독특한 발명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문학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깊고 넓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저자 앵거스 플래처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스토리 연구를 위한 세계 최고의 학술 싱크탱크인 프로젝트 내러티브소속 교수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가르쳤고, 책을 두 권 출간했으며, 소설과 시, 영화, 연극 작품에 관한 학술 논문을 수십 편 발표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에서는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25가지 문학 작품 속에 숨겨진 놀라운 발명품이 인간에게 심리적, 생리학적, 의학적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호머의 <일리아드>는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긍정적인 스트레스인 유스트래스 상태로 우리를 이끈다.” 이처럼 플래처가 알려주는 단편적인 효과만 살펴보더라도 문학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명작이라 불리는 문학 작품들이 어떤 서술 기법이나 문학적 장치를 사용하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어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라고 책날개에서 소개한다.

 

<시학>의 산문 단락들이 아무리 복잡하게 꼬였다 하더라도, ‘발명품 찾기 방법의 핵심 기능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 기능은 서로 연계된 두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문학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고, 둘째 단계는 문학이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내고자 거꾸로 분석하는 것이다.(p.33)” 전자는 문학 작품의 구체적인 심리 효과를 가리키는데, 흔히 감정과 연결된다. 후자는 그런 효과를 도출하는 특정한 문학 발명품을 가리킨다. 흔히 플롯, 캐릭터, 이야기세계, 서술자 등 서술의 핵심 요소들 중 하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사랑은 우리 뇌가 경험할 수 있는 대단히 강력한 보상 감정이기도 하다. 기분을 좋게 하고 기운을 북돋우며 모든 일상을 즐기게 해준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p.97)” 트로이의 헬레네처럼, 엘리자베스와 다라시도 너무 어색해서 속마음을 정확히 털어놓지 못한다. 그러자 서술자가 대신해서 그들의 속마음을 공개하고 사랑을 소환한다. 문학에서 이러한 장면은 요즘 소설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다.

 

“1308년경, 단테는 이탈리아 북부 어딘가에서 그림자처럼 숨어 지내던 중에 <신곡 지옥편>을 섰다. <베어울프>처럼, 단테의 <신곡 지옥편>도 서사시이다. 하지만 구조가 뒤집어졌다. <베어울프>가 기독교 알레고리를 이교도 신화에 삽입했다면, <신곡 지옥편>은 이교도 신화를 기독교 알레고리에 삽입했다.(p.177)” 단테의 제1원에선, 지상에 있을 때 하나님의 빛을 차단했던 영혼들은 이제 영원히 차단된 그림자 형을 받는다. 2원에선, 각별한 욕정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영혼들이 영원한 고통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지옥의 원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신선한 반전이 가미된 새로운 형벌이 등장하면서 정의를 더 정교하게 보여준다고 신곡의 내용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햄릿>은 슬픔과 이룬 타협의 산물이요, 슬픔을 이겨낸 치유의 산물이었다. 슬픔을 이겨낸 치유, 햄넷이 죽은 후 힘겨운 나날(3) 동안 셰익스피어가 애써 얻어낸 것이다. 슬픔을 이겨낸 치유, <햄릿>이 우리를 도와주도록 고안된 것도 이것이다.(p.220)” 아들 햄넷이 죽은 후 3년 뒤에 햄릿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 <햄릿>처럼 셰익스피어극의 대부분은 두 종류의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첫째, 서술적 긴장감을 서술적 초현실성으로 바꿔놓는 불상사와 그 위에 벌어지는 우연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둘째, 햄릿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토록 훌륭하신그토록 사랑하셨건만누구보다 소중했던 사람을이라고 혼자 읊조리며 죽음과 죽어간 사람에 대한 묵상에 천천히 몰입하는 사이, 우리도 떠나보냈던 소중한 사람을 추억하게 된다. 이처럼 고인을 추억하는 시간 덕분에 <햄릿>은 치료 혁신을 이루었다. 그런 묵상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이었다. 셰익스피어가 처음 고안한 후 수 세기 동안, 정체된 플롯과 독특하게 애도하는 캐릭터라는 슬픈 해결사의 기본 청사진은 후대 작가들 덕분에 더욱 졍교해졌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영화 <보통 사람들>, 조앤 디디온의 소설 <황홀한 사유의 한 해> 등 다양한 작품이 나와 있다고 소개한다.

 

조설근은 <삼국지><수호전>의 문학 테크놀로지들의 용도를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영웅이나 악한 대신 각자의 방식을 따르는 복잡한 인물을 수십 명 등장시켜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홍루몽>을 완성했다..(p.279) 중국 청나라의 조설근은 다양한 방식에 우리 마음을 열게 하려고 수백 가지 비밀 공개자와 공감 발생기를 동원했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스타일을 향한 관심과 애정으로 우리 마음을 채워주었다 <홍루몽>을 다 읽은 다음엔, 수치심을 낮춰서 자아수용을 증진시킬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등변 삼각 사랑은 1942년에 제작된 영화 <카사블랑카>,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데살로니가 전서>에서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엘리엇의 신조 사랑은 감사를 배제한다.’를 반영했다. 사랑은 동등한 사람들 간에 주고받는 진정한 애정이지만, 감사는 전능한 하나님에게 천한 인간이 바치는 비굴한 인사였다.(p.392)” 엘리엇은 이러한 불평등이 감사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할 때, 순수한 감사의 마음뿐만 아니라 순종적 두려움과 의무감도 들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친구들과 싸우는 거란다. 하지만 명심해라. 상황이 아무리 나빠지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 친구들이고 이곳은 우리 고향이라는 것을.(p.501)” <앵무새 죽이기>에서 레들리의 내적 투쟁은 더 원초적이지만 거창한 웅변이 아닌 묵묵한 행동으로 표출된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고픈 마음과 집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이처럼 특별할 것 없는 작가의 첫소설 이었다. 그러나 뜻밖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작가에게 퓰리처상을 안겼고 4천만 부가 팔렸으며 미국 전역에서 고등학교 문학 강좌의 주요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모든 센세이션의 뿌리에는 독백 혁신이 깔려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비극을 행복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펀 홈>은 에우리피데스의 서술 청사진, 즉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는 죽음의 여정을 재현한다. 그런데 백텔은 이 고대 신화를 현대적 감성에 맞추기 위해 T.S. 엘리엇을 따라 그 여정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녀가 그려낸 죽음의 여정은 지하세계로 직접 내려가는 게 아니라, 지옥 같았던 과거로 돌아가는 회상의 형태를 취한다.(p.588)” 그 여정을 통해 백텔은 아버지의 비극적 파멸이 결국 자신을 구원했다는 놀라운 아이러니를 알아낸다. 부분적으로 그 아이러니는 가정된사실을 드러낸다. “아버지를 젊은 시절에 커밍아웃했더라면, 아버지가 엄마를 만나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아버지는 동성애를 숨긴 자신을 혐오하면서 게이라고 떳떳이 밝힌 백텔에게 감탄한다. 아버지의 감탄은 백텔의 자신감을 부추겨, 백텔에게 아버지의 잃어버린 자식을 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기분은 다시 회고록의 마지막 장면을 기분 좋게 반전시킨다고 설명한다.

 

이전에 대량 제작되었던 허구는 경이, 호기심, 공감, 서스펜스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뱀파이어 바니>는 완전히 새로운 심리적 방식으로 독자를 붙잡았다.(p.632)” 바로 독자와 친구처럼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독자는 손에 들린 허구와 유대를 맺음으로써, <뱀파이어 바니>를 그들의 좋은 말벗처럼 느꼈다고 새로운 접근방식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설명한다. 이처럼 25가지 문학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한 표현 방식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읽을 문학작품의 이해뿐만 아니라 문학의 창작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작가의 말처럼 보다 다양한 표현방식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