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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두 명의 병사, 하나의 미션! 그들이 싸워야 할 것은 적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이태원프리덤@ 2021. 2. 13. 17:01


Warning! 스포일러 다수 포함!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샘 멘데스 감독의 신작 <1917>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꼭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 주말에 극장을 찾았는데 역시 400석 규모의 큰 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여명의 관객들 밖에 없었습니다.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손꼽혔는데 아쉽게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게 트로피를 내어주고만 그 작품입니다. 그러나 샘 멘데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라는 걸출한 작품을 통해 이미 아카데미 감독상 트로피를 손에 쥐었었고 이후에도 <레볼루셔너리 로드><로드 투 퍼디션><007 스카이폴>등의 작품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검증받았습니다.


 <1917>은 그의 대표작 <아메리칸 뷰티>를 능가하는 걸작이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작품에 등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걸출한 작품임에도 한국에서 흥행은 아쉽습니다. 갑작스럽게 '우한 코로나'가 한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극장에 관객들이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단 <1917>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들이 대중들의 위축된 소비 심리를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개봉 6일 동안 30만 관객에 그쳤지만 월드 와이드로는 제작비 3배 이상을 상회하는 흥행 수익을 남겼습니다(제작비 1억 달러(1,211억 원), 월드 와이드 3억 5천만 달러(4,241억 원). 

 개인적으로 정말 감명 깊게 본 영화이며 영화적으로도 꽤 훌륭한 성취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리뷰를 통해 더 자세한 영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들을 1차 세계 대전, 1917년 4월 6일로 초대합니다>


# 영화적 체험을 한다는 것

 <1917>이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이라고 불리는 촬영 기법 때문입니다. 단어 그대로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개의 샷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보입니다. 한 개의 장면을 컷 전환 없이 지속시키는 '롱테이크 숏(Long take Shot)'과 비슷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원 컨티뉴어스 숏'은 관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정교하게 컷들을 이어붙여 한 개의 숏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기법입니다. 관객들은 <1917>을 보는 동안 단 하나의 카메라 워크를 따라갔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34개의 컷을 단 1개의 컷처럼 이어 붙인 것이죠.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얽히고 설키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런 찰나를 놓치지 않고 관객들이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정교하게 컷 전환을 시킨 것입니다. 아무리 컷을 나눠 찍었다고 하더라도 한 개의 컷들은 '롱테이크 숏'과 마찬가지이며 이것들을 교묘하게 이어 붙이기 위해서는 완벽한 동선 체크가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샘 멘데스 감독은 촬영을 위한 리허설을 4개월 이상 진행하였으며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서는 시간 순서대로 아주 빠르게 촬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1917>은 두 명의 병사가 다른 부대에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떠난다는 아주 단순한 플롯을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서사적 한계는 관객들에게 영화적 재미(스펙터클)을 주기 어려웠을 것이 분명한데 샘 멘데스 감독이 이를 더 다이내믹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것이 '원 컨티뉴어스 숏'입니다. 때문에 관객들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 분)와 스코필드(조지 맥케이 분)가 임무를 맡는 순간부터 그들과 함께하게 되며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만큼 관객들도 정보를 습득하게 됩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긴장감은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되며, 관객들은 두 젊은 병사가 느꼈을 긴장감을 함께 하게 됩니다. 


 <1917>이 얻어낸 결과물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치밀한 컷 구성과 자연광에 의존해야 하는 촬영 현장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과물을 얻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플롯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관객들은 '영화(Cinema)'라는 매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을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스크린 앞의 관객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서 영화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이고 <1917>은 그 목적을 100% 달성하였다고 봅니다.


P.S 언제 컷이 바뀌는지 알려주는 사이트 : 클릭


 

<<1917>은 샘 멘데스 감독이 조부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 

 이번 2019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큰 이변의 중심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인용하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즉, <기생충>은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창조성을 인정받아 상을 탈 수 있었다고 말한 것이지요. 단순히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홍보성 멘트가 아니라 많은 감독들 더 나아가 창작자들에게 주는 주옥같은 메시지였고 이번 시상식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샘 멘데스의 <1917>은 가장 개인적이지 못해, 가장 창의적이지 못했던 것일까요?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917>은 "알프레드.H. 멘데스 일병"에 대한 헌사의 자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름에서도 짐작하셨겠지만 알프레드.H.멘데스는 샘 멘데스 감독의 조부입니다. 샘 멘데스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드는데 조부가 어렸을 적 들려줬던 전쟁 이야기, 그리고 자서전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집필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1917>은 조부를 기리며 만든 작품이며 그 누구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끊이지 않았던 행위로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중인 국가들이 있으며, 그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스코필드는 이전 전투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수여받지만 그 훈장을 프랑스 병사의 와인과 교환하였다며 더 이상 그 훈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블레이크에게 말합니다. 블레이크는 명예로운 훈장을 어떻게 와인 따위와 바꿀 수 있냐고 핀잔을 주지만 스코필드는 훈장은 쇳덩이에 불과하다며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스코필드는 그 훈장을 받기 위해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했을 것이며, 전우들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 적들을 죽인 죄책감 등이 복합적으로 담긴 상징물이었을 것입니다. 


 블레이크는 이번 임무를 완수하면 훈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들떠있지만 스코필드는 덤덤합니다. 블레이크는 얼른 휴가를 받아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스코필드는 자신은 집을 피해 전쟁터로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전쟁에 참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 되었든 목적을 잃어버리면 전쟁 자체도 무의미하게 변하게 됩니다.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무엇을 싸우는가? 두 병사는 그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 미친 듯 돌격하며 결국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 냅니다. 비록 자신의 생사가 불분명하더라도 말이지요. <1917>은 전쟁이란 행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1917>은 영화적으로 훌륭한 작품성을 보여줍니다>


<결론>

 지금까지 할리우드에는 <지옥의 묵시록><씬 레드라인><라이언 일병 구하기>과 같은 걸출한 전쟁 영화들이 있었지만 <1917>은 이와 같은 영화들과 결을 달리하는 작품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원 컨티뉴어스 숏으로 촬영한 이 작품은 관객들을 1차 세계 대전 전쟁터 한복판에서 두 병사와 함께하고 있다는 착각을 줄 만큼 현실적으로 연출되었습니다. 그들이 가는 길에 목격되는 진흙밭의 피아식별 안되는 시체들, 동물들의 사체들, 폐허가 된 건물들은 그 당시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스코필드 역을 맡은 1992년생 영국 배우 조지 맥케이는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연기가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역배우부터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올린 배우라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1917>에는 유명 배우들이 대거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에린무어 장군 역을 맡은 콜린 퍼스를 비롯하여 매켄지 대령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스미스 대위 역을 맡은 마크 스트롱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영화를 함께 빛내 주었습니다. 


 <1917>은 적어도 샘 멘데스 감독(그리고 그 가족)에게 있어서 만큼은 매우 개인적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조부가 들려주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영상화하는 작업은 그에게 매우 특별한 것이었을 겁니다. 관객들도 자신이 어렸을 적 들었던 영화 같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체험하길 바라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영화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스토리, 메시지가 모든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반면 <기생충>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아무래도 국가, 인종을 초월하여 조금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가 더 잘 만들었다고 우열을 가리는 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기생충>을 보셨다면 <1917>을 통해 시네마적 체험을 꼭 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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