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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영화 랜드 정보&후기] 로빈 라이트의 '나는 자연인이다'(LAND 2020 노스포일러 리뷰)

이태원프리덤@ 2021. 3. 24. 17:00



로빈 라이트 주연의 영화 <랜드(LAND, 2020)>는 개봉을 미루며 기다리던 수많은 영화 속에서 내가 건져 올린 빛나는 보석이었다. <랜드>는 2021 선댄스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성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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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관객 없는 극장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흥행대작 영화들이 상영관을 죄다 차지하고 있어서 작품성 있는 잔잔한 영화들은 전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계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랜드> 네이버 영화 정보에는 평론가들의 평점 조차 매겨져 있지 않았다.





<랜드>의 예고편을 봤을 때 '이 영화는 미국판 <리틀 포레스트> 혹은 <나는 자연인이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하지만, 영화 제목이 그냥 단순하게 <랜드(LAND)>라니 작명에 좀 성의가 없어 보였다. 정관사도 붙지 않은 LAND라는 단어는 너무 기본적인 단어라서 다른 영화 제목들 속에 왠지 파묻혀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제목이 왜 방대한 영역을 의미하는 짧은 단어 LAND로 지어졌는지 알 것만 같았다. 주인공인 로빈 라이트(이디)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도시 속에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죽어도 후회 안 할 마음으로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택했다.





"그 장소가 바로 도시를 한참 벗어난 대자연 속의 땅(LAND)이었다."





사연은 많지만 타인에게는 결코 말하고 싶지 않은 로빈 라이트의 심중도 짧은 제목 하나에 함축적으로 다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첩첩산골 속에 낡은 오두막집을 얻은 로빈 라이트는 그녀 나름대로 공부하고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산골짜기 오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품과 저장식품만을 차에 싣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녀가 마을에서 물건들을 사고 나서 휴대폰을 바로 쓰레기 통에 버리는 행위를 목격하고선 '이건 보통 각오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그녀는 오두막집을 소개해 준 업자에게 자신의 차와 트레일러도 견인해서 처분해 줄 사람을 부탁한다.





도시 사람이었던 로빈 라이트는 통신과 교통 수단 없이 사회와 단절되어 혼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앞으로 남은 생애기간 동안 영위하고자 결심했던 것이다.





이 시점부터 영화 <랜드>는 MBN 방송국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와 정말 닮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오지 생활의 거친 모습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리트 포레스트>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로빈 라이트의 속은 아픔과 상처로 가득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그녀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주변 환경과 그녀의 자연속 삶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위안과 생각에 힐링까지 전해 준다.





하늘 위에서 카메라가 보여주는 침엽수림 가득한 산과 들의 모습과 물 흐르는 깨끗한 계곡은 이곳이야 말로 대자연 속의 품이라는 걸 확실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그렇다고 아름답기만 한 삶은 아니다. 고산지대라서 비바람과 눈보라가 더 휘몰아치고, 일년 중에 포근한 날 보다는 추위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아마 미국에 MBN 같은 방송국이 있다면 이렇게 살고 있는 로빈 라이트에게 바로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 섭외가 들어왔을 것 같다. 사실 방송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가끔 볼 때 마다 '출연자분들의 속이 그냥 속이 아닐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보는 사람은 "나도 한 번쯤?" 이라며 대리만족 하면서 즐겁게 시청할 수 있지만, 정작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게 된 그분들의 속사정을 과연 어느 시청자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로빈 라이트의 고난과 역경으로 이어지는 자연인의 삶 속에도 결국 한 줄기의 빛이 들어온다. 그건 그녀가 그토록 단절을 원했던 타인으로부터였다.





그녀는 혼자 살아 남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죽을 각오도 했었지만, '배고파 본 적 없는 사람은 굶어죽지 못한다.'는 선한 사람들의 영향으로 인해 다시 삶의 희망을 되찾고 힐링된다.





노스포일러 감상후기라서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마쳐야 될 것 같다.





<랜드>는 영화 자체의 내용과 감동 요소도 좋았지만, 벤 스틸러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처럼 영화 속에서나마 멋지고 광활한 자연과 함께 여행과 일탈을 꿈꿔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랜드>를 아주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랜드 리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