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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황홀한 사랑, 순수한 희망, 격렬한 열정… 이 곳에서 모든 감정이 폭발한다!

이태원프리덤@ 2021. 1. 24. 01:03


 "왜 낭만을 부정적인 것처럼 말해?" 극의 초반, 남 주인공 세바스챤 (라이언 고슬링)은 좀 현실적으로 살으라는 누나의 꾸짖음에 가볍게 대꾸합니다. 이 질문에 대해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낭만은 '현실'의 대척점에 있는 가치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낭만의 본질은 어쩌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용기'인데 말입니다. 다른 단어로 대체가 힘들만큼 그만큼 '낭만적'인 것이죠, 그래서 하고자 하는 꿈을 좇아 성공한 누군가를 동경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허나, 그와 동시에 우리는 꿈을 바라보는 중인 누군가를 철 덜 들었다며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또, 정작 본인은 현실에 안주해버리고 맙니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현재는 꿈을 억눌렀고 낭만은 그렇게 부정적인 것처럼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음악이 '재즈'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낭만의 은유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세바스챤은 "재즈가 싫다"는 미아 (엠마 스톤)에게 재즈가 왜 매력 있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합니다. 한 곡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모든 악기가 각자 번갈아가며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타협하고 경쟁하는 것이 재즈가 갖는 낭만의 근원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래야 합니다. 단순히 현실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꿈도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가지며 그 둘이 서로 부딪히고 그 안에서 낭만을 꽃피워야 하는 것입니다. 낭만 자체가 아닌 '낭만을 애써 외면하는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헌데, 재즈가 죽어가듯 우리의 꿈도 그렇게 함께 죽어갑니다.



 꿈을 접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꿈이 없었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라라랜드>는 우리 모두 안에 남아있는 그 낭만의 불씨를 다시금 키우는 영화입니다. 세바스챤과 미아가 그닥 좋지 않았던 시작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끌릴 수 있었던 것은 각자에게서 꿈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무모할지언정 함께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그들은 다시금 또 서로의 꿈이 됩니다. 허나 언제까지나 그 꿈에만 젖어 산다면 낭만은 그 온전한 가치를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바스챤은 정통 재즈를 추구하던 원래의 꿈 대신 현대화된 재즈를 하자는 키이스 (존 레전드)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미아는 그런 세바스챤이 현실을 택한 채, 꿈을 버렸다고 비난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실망합니다. 마냥 꽃길만 걸을 것 같던 그들에게 가시밭길이 찾아옵니다.


 헌데, 그 이후의 세바스챤의 선택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엠마 스톤은 본인 커리어 중, 단연 최고의 연기를 펼쳤고 베니스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라이언 고슬링에게는 주목도가 덜 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바스챤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이 더욱 탁월하게 다가옵니다. 엠마 스톤이 받고 있는 그 조명은 분명 라이언 고슬링이 그 빛의 뒷편에서 열심히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아는 낭만을 부정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지쳐 꿈을 접습니다. 세바스챤은 확실하지도 않은 곳에 있는 그녀를 굳이 찾아가 마지막 기회를 전달하고 이내 그 꿈을 지켜내줍니다. 세바스챤은 사실 꿈을 포기하거나 타협했다기 보다는 '미아'라는 더 큰 새로운 꿈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둘은 다시 충분히 사랑을 꽃피울 수 있었고 그렇게 되었어도 만족스러운 결말이 도출되었을 것입니다. 허나, 누군가는 감독을 '낭만론자'라며 비난했을 수도 있습니다. 5년이 흐른 뒤, 미아는 결국 꿈꾸던 배우가 되고, 세바스챤은 꿈꾸던 재즈 바를 차리고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되지만 둘은 함께 하지 못합니다. 흩어졌던 그들은 우연히 마주치고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꿈의 실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세바스챤의 입장에서 '그 때 내가 이랬다면 어땠을까' 라는 후회가 드러나는 지점이자 '미아'라는 그의 좌절된 꿈에 대한 되새김질입니다. 허나 그 꿈이 산산히 조각났다한들 그 조각이 증발된 것은 아닙니다. 하나하나로도 충분히 빛나는 그 조각들은 새롭게 맞춰져 음악이 됩니다. 또 낭만이 됩니다. 비록 현실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단상을 함께 마주하는 우리는 그의 가정만으로도 낭만과 그 이상의 황홀까지 볼 수가 있습니다.


 모든 추구한 꿈을 이루면서 산다는 것은 지나친 낭만일 것입니다. 허나, 이루지 않은 것이 아니고 이루지 못한 것이기에 꿈은 또 그 자체로도 이미 빛이 납니다. 꿈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날개를 활짝 펼쳐냈든, 결국 접고 말았든 간에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는 그 사실이 진짜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린 모두 다시 꿈을 꿔야합니다. 꿈을 꿀 수 있기에 우린 낭만적이고 또 황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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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10점


한줄평 :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P.S 1) 올해 극장에서 100여편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그 중 최고입니다.


P.S 2) IMAX 개봉에 관련해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저는 일단 IMAX로 관람했습니다.

         추천도로 말씀드리자면 구~ㄷ이 IMAX를 고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낭만을 은유하는 몇몇 장면에서 화면의 광활함이 가치를 발휘하는 몇몇 장면이 있습니다.

         IMAX는 IMAX대로, 일반 관람은 일반 관람대로 충분히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P.S 3) 제 주관적인 2000년대 3대 로맨스가 드디어 완성되었네요.

         <이터널 선샤인>, <500일의 썸머> 그리고 <라라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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