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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배우 황정민 '인질'로 잡혔다!

이태원프리덤@ 2021. 10. 2. 17:03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배우 황정민이 영화 [냉혈한] 시사회 후 납치를 당한 사건을 그린 영화 [인질]은 전부 픽션입니다. 

다만 원작인 중국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실화 각색 여부에 대해서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듯 합니다.


원작의 배경이 되는 2004년 배우 오약보 납치사건은 베이징에서 일어났습니다. 

납치, 몸값요구, 경찰조사, 유괴범 체포의 전형적인 납치사건으로 진행되어 사건 발생 21시간만에 무사히 해결된 사건을 

다소 영화적으로 각색한 것이 [세이빙 미스터 우]입니다. 


[세이빙 미스터 우]에서는 배우 오약보가 조연으로 출연하고 주연은 유덕화가 맡았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당초 배우 오약보를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나 납치극의 PTSD가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 거절하고 대신 강력반 팀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원작을 관람한 이들 사이에서는 [인질]은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졌고 반면에 액션과 다이내믹함이 줄어들었다는 평을 공통적으로 남겼습니다.


영화 리뷰


60명이 넘는 스탭들이 밥상을 잘 차리면 저는 그걸 맛있게 먹으면 되요

겸손한 수상소감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얻어 국민배우로 떠오른 <황정민>도 참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벤츠를 건드는 양아치 일당이 사진 찍어 달라며 무례하게 행동할 때죠. 그럴때는 아무리 스타배우라도 겸손을 연기할 수 없습니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분노는 머리 끝까지 치밀죠.


남양주 카페 사장 납치사건의 범인들이 황정민을 납치한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원작 [세이빙 미스터 우]에서는 범행동기와 계획기간 친절하게 소개됩니다. [인질]은 그렇지 않죠. 택시기사 강도 사건부터 시작해 남양주 카페 사장 납치사건까지 일련의 범행들이 진행됨을 보여주지만 황정민 납치까지 계획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남양주 카페 사장이 2억의 자금을 송금하지 못하자 부촌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게 되고 우연히 만난 황정민은 그들에게 매력적인 범행대상이었을겁니다. 그렇게 다소 즉흥적으로 사건이 전개되죠.


빌런들의 계획성과 지능을 떨어뜨린 연출은 강력반 형사 최철기가 아닌 황정민이 상대할만한 수준으로 너프하기 위해 계획된 각색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관객들은 베테랑의 서도철에 익숙하지만 [인질]에는 한국형 히어로가 아닌 배우 황정민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개연성이 무너지는 지점들이 발생합니다. 왜? 라는 물음표가 관객들의 머릿속에 솟아날 때 범인들은 또라이니까 사이코니까 라는 진술을 더해줍니다. 막판의 사제폭탄 폭발사고가 그 정점이었죠. 


그러다보니 결국 황정민이 이 인질극에서 탈출한 것은 운이 좋아서라는 식으로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주인공이니까 살아남을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뭔가 하나씩 빠진 빌런들을 상대하니까 적절한 긴장감이 유지되는게 아니라 톰과 제리에서 톰이 항상 제리에게 당하듯 희극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버립니다.


납치가 상당히 초반부터 진행되는 바람에 영화의 전개는 답답하게 느껴지고 빌런들이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고 클리셰를 의식해서 개연성을 무너뜨리니까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하는 부분에 카타르시스가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것은 류승완식 활극이 아니고 영화 배우 황정민의 리얼한 인질극이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운좋게 인질극에서 벗어난 뒤에 주요 범인 최기완과 닮은 신인배우를 보고 PTSD를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은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비극적인 엔딩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 별점은 두개 반입니다.

망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범작의 범위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