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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그때는 몰랐다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이태원프리덤@ 2021. 10. 23. 17:05


관람일 2021. 09. 05.

영화명 최선의 삶


작가 임솔아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최선의 삶>.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긴 했지만 늘 시간이 맞지 않아서 개봉 후에야 관람할 수 있었다. 책을 워낙 좋게 읽었고, 좋아하는 문장도 많았기에 영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내 기대치보다 훨씬 좋았던 영화였다. 그래서 별 다섯 개.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은 더더욱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내가 후한 걸 수도 있지만 난 정말 원작을 제대로 살렸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강이, 아람, 소영이 타인에 의해 겪는 폭력을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시 여성 감독, 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이 왜 일어난 건지 우리는 예상할 수 있지만 스크린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는 것과 관객이 예상하는 지점은 또 다르게 다가오니까. 자극적인 장면을 볼 때 스트레스-여러 복합적인, 부정적인 감정을 스트레스라는 단어로 축약-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는데 감독은 그걸 배제하며 촬영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관객에게 조금은 다정한 영화라고 느꼈다. 그럼에도 거북하거나 보기 힘든 장면이 여럿 있지만 왠지 나는 감독이 드러내야 할 건 드러내고 아닌 건 아닌 거다, 라고 분명한 자신의 주관을 지니고서 영화를 마무리했다고 여겼다. 


처음에 <최선의 삶>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는 '이 작품을 어째서?'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어떤 감독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영화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런 점에서 별 다섯 개를 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내가 유독 좋아하는 장면은 강이와 소영이가 함께 있던 씬에서 들리는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이 터지는 사운드. 아슬아슬하면서 조마조마한 그 상황을, 사운드로 극대화 시킨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방민아의 연기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스크린을 꽉 채우는 민아의 얼굴은 마주한 관객만이 알 수 있을 거다. 오히려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잘 맞는 배우 같다. 아무런 대사가 없어도 눈빛과 분위기, 싸늘한 표정,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 그러다 결국 무언가를 결심하고 마는 강이가 방민아를 통해 제대로 재현된 듯 하다. 방민아의 다음 연기가 궁금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물론, 아람을 연기한 배우 심달기나 소영을 연기한 한성민 역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역할)를 잘 이해했고 몰입했기에 이들의 시너지로 강이, 아람, 소영이라는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이야기가 결국 10대들의 불행 이야기로 치부되는 건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겪지는 않았어도 어떤 이는 한 번쯤 겪었을,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러닝타임 내내 감도니 그걸 마음껏 느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