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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책 리뷰([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특별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이태원프리덤@ 2022. 1. 25. 15:01

<오늘 밤, 세계에서사랑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저/권영주 역

모모/ 2021년 6월 28일

 

"세상에 단 한 번뿐인 하루,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사랑 이야기"

 


 

1. 들어가며

 

세상에 이런 사랑 이야기도 있을까. 매일매일이 새롭게 시작되고 세상에 단 한 번뿐인 하루가 반복된다. 그 하루하루마다 사랑이 쌓여 간다. 그러나 또 다른 하루가 지나면 그 사랑이 잊혀진다. 그래서 그 다음 하루에 또 다시 사랑을 쌓는다. 그렇게 그 사랑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이 된다. 소녀는 사랑의 기억을 매일 잃어가고, 또 다시 그 사랑의 기억을 만든다. 그리고 소년은 그 사랑하는 그 소녀를 위해 매일 새로운 사랑의 추억을 만든다. 그 사랑이 다음 날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평범하지 않은 소녀와 지극히 평범한 소년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이다. 소녀는 매일 기억을 잃어간다. 정말 오늘 단 하루 만을 위해서 살아야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선천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오늘 하루의 기억이 축적되어 내일의 기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소년은 지금 이 순간, 오늘 단 하루 소녀의 기억이 매일 행복함으로, 즐거움으로 가득차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소녀와 소녀의 특별한 사랑, 이 사랑은 어떻게 될까? 그 사랑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그러면 지금부터 그들의 특별한 사랑,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2. 책 속으로 

 

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의 이름은 히노 마오리, 그녀는 밤에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그녀에게는 하루 하루가 새롭다. 어제의 기억의 그림은 어느 새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져서 어느 새 하얀 도화지로 바뀌어있다. 오직 그녀가 그 전날의 하루 하루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어제의 그녀가 쓴 일기와 수첩에 접은 그날 하루 일상의 기록 덕분이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기록의 힘으로 더듬어 찾고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평범한 고등학생 소년인 가오리 도루가 있다. 그 소녀를 만나기 전 무미건조한 평범한 일상을 살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나서 그의 일상이 바뀌었다. 어느 날 거짓 고백으로 시작된 그녀와의 유사 연애, 그는 그녀를 사귀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정말로 그 소녀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어느 날 그는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만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눈을 떴다. 옆에서 그 애가 긴 머리를 붙들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속에 뭔가 말하려 했다. 연애를 거짓으로 할 수 없게 된 나 자신을 깨달았다.

널 좋아해도 될까.”

그렇게 물었을 때는 이미 바람이 그쳐 있었다. 지금을 다 말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했다. 그래. 좋아하는구나. 말로 하고는 실감했다. 나는 너를…….

히노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나를 돌아봤다.

안 돼.”

그 애가 말했다.

나 말이지······.”

 

병이 있어.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건데.

밤에 자고 나면 잊어버리거든. 그날 있었던 일을 전부.”

  p.84~85

 

선행성 기억상실증 히노의 말에 의하면 밤에 자고 그 다음날에 자면 모든 그 날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이라고 했다. ‘기억상실증이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나도 선행성 기억상실증은 처음 들어보는 병이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으로 오늘을 더 나아지게 만들고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밤에 자고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무섭고 우울한 일일까. 물론 하루의 기억 중 즐거운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기억들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있는 것이다.

사랑의 경우는 이 기억들이 큰 역할을 한다. 이별을 하고도 예전 사랑의 기억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지만, 사랑의 기억은 변하지 않고 영원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그 소년은 놀라운 결심을 한다. 어쩌면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남녀는 사랑하지만 헤어질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사랑의 기억을 가질 수 없다. 그녀는 사랑을 받아도 사랑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사랑을 더 이상 쌓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찌 사랑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러나 사랑은 모든 장애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는 오히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일의 히노가 조금이라도 일상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히노가 쓰는 일기를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주자.

그것을 읽고 내일의 히노들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 있도록.

새롭고 즐거운 일상을 시작하자. 그게 바로 희망일 것이다.

안 그래, 히노

-p.128

 

내일의 그녀가 조금이라도 일상을 즐겁게 느낄 수 있게 그는 최선을 다한다. 진정으로 그녀가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하루 하루 즐거운 나날들로 기록할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와의 행복한 나날들을 즐거운 하루 하루의 기록으로 남긴다. 비록 그녀가 그 즐거운 기억을 잊어버리더라도 그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기쁨의 기억으로 다시 채우려 한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사랑과 헌신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그녀에게 사랑만 주기만 하는 그는 그만 그녀 곁을 갑자기 영영 떠나게 된다. 그와 그녀의 사랑 이야기가 영원할 것이고, 앞으로 그들에게 좋은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부탁에 그만 나의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스포 방지를 위해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읽어보면 나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마지막 부탁은 바로 그녀에게서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워 달라는 것이다. 보통은 사랑하면 상대방에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클텐데 그는 그녀의 미래를 위해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워달라는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수첩과 일기를 통해 그를 기억할 뿐이기에, 그 기록에서 그를 지우면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마지막 부탁에 담긴 그의 배려와 사랑으로 슬픈 기억없이 나중에는 기억장애까지 극복하게 된다.

  하지만 머리는 기억을 못해도 몸은 기억하는 것일까. 어느 날 그를 그린 크로키를 보고 심장이 빨리 뛰고 감정이 이상해짐을 느낀다.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알아버리고 이제는 그를 기억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상처는······사라지지 않지만 아픔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해서 슬픔을 소화해가는 걸까. 슬픔을 잊게 되는 걸까.

 

전 그 소중한 걸 잃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그 애를 잊어갈 거라면 ····· 전 조금씩 그애를 기억해내고 싶어요, 소중한 걸 되찾아보고 싶어요.

-p.355

 

 

3. 나가며

 

머리는 너를 잊어도

심장은 너를 잊지 않겠어,“

"세상에 단 한 번뿐인 하루,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사랑 이야기"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와 평범하지만 진심으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실천한 소년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들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웃고 울었다. 예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읽을 때도 눈물바다였는데 이 책도 결국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정말 무미건조하고 코로나로 우울한 나의 일상에 한 줄기 빛과 같이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아직도 이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존재할까. 일본 특유의 하이틴 로맨스의 풋풋함과 순수함이 느껴졌다.

또한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불치병과 같은 기억장애라는 소재를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가 아닌 밝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구성했다는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그런 기억장애로 인한 그들의 사랑이 진실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계속되는 코로나 확산으로 우울해지고 답답한 요즘,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두 주인공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 설레임을 느끼고 다시금 예전 사랑의 기억을 떠올려보면서 잠시 사랑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