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한 남자가 아내의 사망 후 히로시마로 가서 아내와 만났던 남자와 함께 <바냐 아저씨>라는 연극을 함께 만드는 이야기이자 올해 깐느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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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출자이자 배우인 가후쿠와 티비 드라마 작가인 오토는 누가 봐도 부러운 부부입니다. 가후쿠의 연극을 보러 온 오토는 자신의 드라마 주인공 배우인 다카츠키와 함께 와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로 출장을 가게 된 가후쿠는 기상악화로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내 오토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몰래 집을 빠져 나옵니다. 그리고 또 며칠 지난 뒤 오토는 집안에 쓰러져 죽어있는 모습을 가후쿠가 목격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2년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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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후쿠는 히로시마에서 초정되어 <바냐 아저씨>라는 연극을 올리게 됩니다. 2달 동안 체류하는데 배우 캐스팅부터 공연까지 강행군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연 주최 측에선 이전에 차사고로 인해 공연일정에 무리가 생겼다며 굳이 가후쿠에게 운전사를 붙여줍니다. 가후쿠는 거부합니다. 왜냐면 가후쿠의 클래식한 사브 2도어는 그에게 상당히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카세트플레이어로 아내가 생전에 녹음해준 희곡의 대사를 항상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최측에 강력한 요구에 의해 운전사 미사키와 결국 함께 갑니다. 연습 장소에서 숙소는 1시간 거리인데 매일 그녀와 2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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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디션 날 가후쿠는 오디션을 보러 온 한 남자를 보고 놀라게 됩니다. 다름 아닌 다카츠키가 히로시마까지 와서 자신의 공연의 오디션을 보러 온 것입니다. 가후쿠는 그를 바냐 역에 캐스팅하고 연습을 함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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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는 앞서 언급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가후쿠와 오토, 가후쿠와 다카츠키, 가후쿠와 마사키, 마사키와 친모, 심지어 주최 측 스태프와 그의 아내 유나 까지 각각의 관계를 통한 인간의 다층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는 그의 전작인 <아사코>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번엔 그런 관계를 좀 더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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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없다면 그 관계는 금방 깨져 버릴 것입니다. 가후쿠가 고뇌하는 부분도 이런 것이고 마사키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순간 관객은 온전한 감정이입이 됩니다. 이것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지만 또한 너무나 보편적인 인간관계이기도 합니다. 마사키가 친모에게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그 에너지는 외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그 깊숙한 심연에서 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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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아사코>처럼 1,2부가 나누어진 구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부에서 로케이션이 히로시마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가후쿠의 캐릭터와 결부된다고 보입니다. 원폭의 피해와 동시에 재건이라는 이미지가 함께 떠오르는 이 지역을 아마도 감독은 가후쿠가 처한 현실과 그가 극복해야 할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고 여겼을 것 같습니다. 마사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쓰레기하차장을 가후쿠와 함께 가게 되는 데 거대한 쓰레기를 하차장에 떨어뜨리는 모습이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는 이미지와 비슷해 보여 가후쿠의 현재 아픔을 고스란히 은유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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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의 각본을 쓰고 5시간 30분이라는 엄청난 러닝 타임의 <해피 아워> 그리고 <아사코>라는 훌륭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차기작이 벌써 완성된 것 같은데 그 작품은 또 어떤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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