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언젠가 보러 가야지, 했던 과거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상영관을 나서며 든 생각은 이 영화는 언젠가 보러 갈 영화가 아닌, 반드시 보러 가야 할 영화라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는 트랜스젠더 아들 한결의 엄마 나비, 게이 아들 예준의 엄마 비비안을 통해 본 사회
즉,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짙게 베어 있는 지 보여준다.
사람들은 쉽게 성소수자를 대상화한다. 제3자의 문제로 쉽게 치부하고,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른다.
이성애 중심적, 성 이분법이 적용되는 이 사회는 사실 그 누구도 자유롭게 살아가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퀴어를 자신에게서 발견하기 전까지는-
나는 퀴어라는 단어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과거 퀴어는 혐오의 용어로 쓰였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은 이 퀴어라는 단어를 피하지 않았고 받아들였으며 지금은 자긍심의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비비안과 예준이 무지개 양말을 사이 좋게 신고 토론토의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보여준 연대와 사랑은 자긍심 그 자체다.
예준이 비비안에게 커밍아웃을 하며 한 이야기와
"그래도 기뻐해달라. 내가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도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날 사랑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다."
한결이 수술 후 나비에게 한 이야기는
"자신이 몸을 선택하는데 함께 해줘서 고맙다."
결코 안전하지 않은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를 안아 줄 수 있는 마음이다.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나 역시 앨라이다.
서툰 면이 많아 나도 모르는 사이 실수를 하고 상처를 줬을지도, 혹은 위선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후기를 남기는 것 조차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은 배우며 사회의 프레임을 걷어내며 함께 그 길을 걷겠다고 말하고 싶다.
있는 그대로 안전하게 사랑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고 있으니까.
<너에게 가는 길>을 우리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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