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예/책 리뷰

[[예스리커버] 모든 삶은 흐른다] "바가다 보내는 삶의 메시지"

이태원프리덤@ 2023. 9. 7. 15:02

독서모임에서 책을 나눴습니다. 제비뽑기로 누가 준비한 책인지 알 수 없게, 하지만 마음을 담아 아름답게 포장을 해서 나눴죠. 저는 우리 모임의 청일점 선생님의 책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뽑는 행운을 잡았어요. 집에 와서 펼쳐 보고는 너무 감탄했습니다. 저에게 딱 맞는 책 같았거든요. 바다를 지척에 두고 살아도 바다를 오래 본 적 없는 산골 사람인 저에게 이제는 바다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관심 좀 가져 달라고. 바다의 간절한 부름을 듣듯 책을 펼칩니다.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라고 말하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박색하면서도 대중적인 철학 도서를 다수 집필했습니다.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철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파스칼, 데카르트 등 인물 철학에 관한 도서를 집필해 왔던 저자가 이제는 자연이 주는 철학적인 가르침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철학을 아는 삶이 우리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프랑스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요.

바다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바다가 가장 삶을 닮았다고 말합니다. 바다가 존재 자체로 완벽한 것처럼 삶도 그렇다고 해요.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학적인 사고가 실려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바다를 인생에 비유하면서 시작된 책은 바다와 대양의 차이, 밀물과 썰물, 무인도 등을 비유로 인생을 설명하고 있어요. 2부는 바다와는 거리를 두고 있으나 바다에 속에 있는 것들을 통해 사유합니다. 섬, 항해, 헤엄, 바닷소금, 등대, 바닷가, 크라켄 등이 나와요. 3부에서는 삶으로부터 잠시 물러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방파제와 바다의 푸른빛, 닻, 선원 등을 통한 삶의 통찰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은 조종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법에 대해 세이렌을 예를 들어 이야기해요. 결국 자신의 삶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고.

가까이 있어 무심했던 바다를 보는 시선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잔잔한 바다가 오늘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바다가 건네는 말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 볼까요?

 

바다는 파도가 오지 않도록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파도의 주인이 아니면 어떤가. 파도를 지배하는 주인은 아니어도 당당히 항해할 수 있다. (p51)

바다와 대양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바다는 밀물인지, 썰물인지 구분하지 않고 그저 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바다가 밀물과 썰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모두 품고 있죠. 맑고 넓은 동해 바다를 품고 있으면서 제 속은 왜 한 뼘도 넓어지지 않을까요? 나 자신의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상황과 여건에 주인공이 되려고 얼마나 아등 바등했던지요. 다른 사람의 삶에 내가 주인공이 되고자 했고, 상황을 주도하고 싶어 했습니다. 억지로 막거나 무리해서 했던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지. 억지로 막지 않고 무리하지 않은 바다를 닮아 보려 합니다. 삶을 지배하는 주인은 아니더라도 파도에 몸을 맡기고 즐겁게 흔들리면서 항해를 해 보려고요.

 

아름다움을 쫓아다니지만 말고 아름다움을 통해 예상치 못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감각을 갈고닦아야 한다. (p61)

무인도를 통해 진정한 고독을 말합니다. 그리고 참 멋진 말을 해요. 우아한 여유로움을 만들라고. 우아한 여유로움은 어떤 것일까요? 아름다움을 쫓아다니지 않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합니다.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는 초록 이파리들에게 한참 시선을 둡니다. 바람은 살랑거리고, 초록은 꽃보다 아름답게 산과 들을 채우고 있어요. 참 좋다는 말로는 다 감당이 안 되는 5월의 싱그러움을 봅니다. 다르게 이 아름다움들을 표현하는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생각해요. 아름다움을 더 아름답게 감동으로 느낄 수 있도록 오늘은 창밖을 보며 살랑거리는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우리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자.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강렬한 설렘을 주는 것에, 진실한 것에 주목하자.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려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자. 저 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려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p113)

<하루의 취향>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죠.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살필 정도로 삶의 여유가 있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여유가 있어서 자신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여유가 없을수록 더욱 자신에게 집중하고 살펴야 해요.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합니다. 소중하게 여기며, 관심을 가져야 하죠. 강렬한 설렘을 주는 것이 무엇이었던지 생각해 봅니다. 지난 일주일간 강렬하다는 감정을 느끼기는 했는지, 시간을 역순으로 돌려 봐요. 서평단 책이 배송되기를 기다른 시간?, 책을 받고 뜯어서 실물을 확인할 때의 기쁨. 그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온통 무채색이 아니라 책으로 인해 봄을 닮은 초록이 입혀지는 시간이 감사합니다. 그 시간으로 인해 지루한 집안일을 견디고, 잔소리 넘치는 남편도 참아내죠. 다른 사람에게 나를 증명하려고 하지 않으며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않으면서 나를 존중하기로 합니다. 바다처럼 진실한 나를 기대하면서.

 

철학 책을 읽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철학과를 다니는 딸을 둔 저는 철학이 조금 더 효율성이 있기를 바라요.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시기에 기능성은 하나도 없는 철학을 하다니요. 하지만 바다 건너 먼 나라 철학자는 말합니다. 철학은 늘 같은 것을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빡빡한 일상에 쉼표 하나를 찍 듯이 쉼을 주고,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삶도 바다처럼 흔들리는 것이라고, 흔들리면서도 나아가는 것이라고 알려줘요. 푸른빛이 당연한 바다도 빛깔이 다른 날이 있듯이, 파도가 높은 날도, 잔잔한 날도 있듯이 우리 삶도 그러합니다. 밑줄을 열심히 치며 읽었고, 추천사에 나오는 말처럼 책을 덮자마자 또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해요. 책을 선물한 사람과 함께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죠. 효율을 따지는 시대에 철학을 전공하며 코로나 학번으로 힘들어하는 딸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새롭게 느낍니다. 그동안은 그냥 바다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바다를 보며 삶을 조금은 들여다볼 것 같아요. 자연을 통해 삶을 쉽게 풀어준 저자에게도 감사하고, 책을 알아보고 선물한 사람에게도 감사합니다. 작은 일들에 자주 감사하며 기뻐하는 나를 존중하며 바다처럼 살아볼 겁니다. 억지로 막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면서!!